아. 여기를 생각하면 고기생각에 침이 고인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한국분께서 남미를 간다고 하니까 부에노스로 가면 '남미사랑'을 가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검색해보니 나는
이미 남미사랑 카페에 가입이 되어있었고... 뭐 어쨌든 이과수폭포에서 문의를 하고-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센트로를 가는 방법은
버스랑 지하철이 가장 많은 듯 했었다...근데 스페인어를 못하니 내가 서브웨이-스테이션 을 씨부려가며 물어보았으나
다들 영어를 정말 못하나보다...단어를 모르니...한시간을 터미널에서 헤매다가. 센트로에 도착해서는 호스텔을 찾느라 1시간을 같은 블럭을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알고보니 아직 승인을 받는 단계였나...그래서 간판이 있을 수 없어 초인종 벨에 자그마한
글씨로 써놓은 거였다. 상파울루에서 샀던 라면은 리오에서 다먹어 버렸으니. 처음 2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나서 이 곳 주방을
보니 라면을 따로 판매하고 있었다. 신나게 끓여먹다가 맞은편의 누님도 이과수에서 왔다고-이야기하다 며칠간 같이 다녔다.
아 별명이 이모였다. 이름도 이제 기억나네- 누나도 되게 성격좋고 어리버리해서 같이 다니기 좋았다.
10일을 여기서 머무르면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4-5일은 돌아다녔는데...나머지는 전부 밤새 술먹고 낮에는 광장에서 햇빛만
쬐고 다녔던 것이다..확실히 한국인 호스텔이다보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한국에 와서도 가끔씩 보고 있다.
주모역할을 했던 누나. 이중성 매력쩌는 연구생. 기타치는 형. 다들 혼자 다니다보니 혼자있는 것도 익숙하지만 이렇게 모여서
시끌벅적 노는 것도 참 좋았었다.
아 그리고 여기 아르헨티나 국립 미술관이 있는데 현대미술 컬렉션이 상당히 좋았다. 후배가 자주 이야기하던 료스코의 그림을
이 곳에서 처음 보았는데 얼핏 하나로 보이는 이 색이 얼마나 많은 감흥을 자아냈던지. 장뒤뷔페?의 그림도 좋았고.
가장 좋아하는 파울 클레의 작품도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뭐 산텔모의 길, 소품들. 보카의 낡은 집들. 까르푸의 신나는 고기들. 흥얼거렸던 노래. 까불까불한 사장님 아들. 낄메로 기억나는
아르헨티나 맥주. 엠빠나다. 아이스크림. 고기 뷔페. 내게 건조 김치를 주셨던 나이 많았던 형님. 공연.
살기 좋은 곳 같다. 정말 거지만 아니라면-
그리고 여기서 서커스 무료공연도 봤는데 어찌나 배를 잡고 웃었던지. 그 어색함의 부조화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웃겼다.
춤, 밴드, 서커스가 제각기 따로놀며 질낮은 퀄리티의 공연은 그야말로 웃음폭탄이었다.
후배와 헤어지고 다니던 남미-에서 처음만난 사람들과 10일간 너무도 잘 지내고 나니- 헤어질 때에는 매우 아쉬웠음..
좋은 사람들.
덕지덕지-그치만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들.
시장인데. 좀 보기 난잡하지만 기둥의 적당한 장식과 구조미가 느껴져서 좋다.
빨간 문앞에 빨간 옷을 입은 아줌마가 파란 옷을 입은 애기를 안고 있었다.
극장을 서점으로- 만든 건데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변화인데 그런 제스처가 대강 마무리지은 느낌이라 아쉬웠다.
리골라타라는 무덤에 갔는데 (에비타가 있는) 야옹느님이 많으시다.
보르헤스도 다녀갔다던...오래된 서점.
수공예품 이쁜 것들이 많았던 리골레타의 주말시장
라 보카의 건물들은 덕지덕지 묻은 때와 적당히 꾸며놓은 색들이 아름답다. 이건 빨래가 이쁘게 걸려서.
존 말코비치되기를 본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형극을 하는 것을 오래 구경했는데- 돈을 주려고 하니까 이모님이 말리셨다.
산 텔모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건물- 여러개의 중정이 순차적으로 배열되고 공간을 정말 잘-쓰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좋았다.
저렇게 개수대도 갑자기 있고 말이야.
생각해보니..저 슬리퍼..푸에르토 마데로라는 습지공원을 저녁에 산책삼아 갔다가 늪으로 빠져버려...반대편도 던져버렸다.
남미의 현대건축이 좋은게 매우 많다. 문화적교류가 덜해서 알아보지 못했던건가.
남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