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페루
와라스 201101. 15-19
우주동산
2011. 5. 11. 23:05
응-내겐 남미의 끝물이었던 와라스. 한달간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었다. 누군가는 한국으로 가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던 시간들. 건조한데 더웠던 리마를 지나 와라스로. 밤버스를 타고 간 듯하다. 친구가 준 수건을 버스에 걸어놓고 새벽이 되어 후다닥 내려버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호객꾼들-중 한명을 따라갔다. 다른 호객꾼인 듯한 사람이 그 곳은 아니라고 한다. 어쩔소냐-일단 가서 보도록하자. 상당히 좋은 호스텔이었다. 안데스캠프였던거 같은데 여기서도 희안하게 한국사람을 만났다. 리마 호스텔에서 떠나기 전 약 10분간 마주쳤던 친구였는데, 어찌어찌 짐을 들고 가다보니 그냥 헤어졌었다. 그런데 왠일인가 여기에 오늘 온 한사람이 그친구였을 줄이야. 교환학생으로 멕시코에 있었다더니 정말로 스페인어를 잘했다. 아마 이런친구가 시작때부터 같이 움직였다면 여행은 또 다른 묘미가 있었겠지-만 뭐 일단 함께 돌아다니며 밥을 먹고 여행사도 알아보고 저녁엔 쿠스께냐도 마셨다. 호스텔에서 다음날 어떤 호수를 간다고 사람을 모으는데 함께 하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말도 타고 하이킹도 한다니까 나는 좋다고 따라나섰다. (와라스의 여행사, 호스텔은 매일매일 서로 다른 코스를 일정상에 집어넣고 사람들을 모아서 가는 모양이다. 가장 유명한 산타크루스 또한 매일 출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콜렉티보를 타고 햇볕이 쨍쨍할 때에 말을 타고 천천히 산을 올라갔다. 요 말이라는게 참 신기한게 내가 걸을때보다 더 체력을 쏟아야지 지도 같이 뛴다는 거다...초보자는 뭘해도 힘든가보다. 무튼 터벅터벅 기분좋게 올라가서-2시간을 걸었다. 역시 양키새끼들은 평지에선 도데체 뭘 보고 걷는지 의심할 정도로 빠르게 걸어간다. 그러면서 사진도 다 찍는듯. 호수는 생각보단 푸르지 않았지만-난 처음으로 와라스의 호수 중 하나를 보았기에 기분좋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2시간을 걸어내려갔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거의 4시 정도가 되면 항상 비가오는 듯 하다. 조금 빨리 비가 왔었는데, 말을 타기로 시작한 지점에 말은 없었다. 외국인들은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30분 즈음 더 걸어가니 말이 있었다. 개지랄을 떠는 양키를 뒤로한 채, 나는 말에 올라탔다. 더이상 양키의 걸음을 발로 따라기엔 힘에 부쳤으니- 신이 났다. 말의 배를 쳐가며 신나게 달리다가 한번 넘어질 뻔하고 나서는 다시 속도를 늦추었다. 비는 점점 엄청 오기 시작했고, 대비할 수 없이 어찌할 수 없이 일어난 시련에 나는 신이나서 신발이 젖어도, 가방이 젖어도, 카메라만 보호하며 신나게 말을 탔다. 비는 정말 많이 왔구. 흥에 취한 나는 노래를 부르다- 뒤따라온 한국친구를 보고 멋쩍어 소리를 조금 줄였더랬지. 남미의 퇴소식을 하는 듯, 몸은 홀딱 젖었지만 지랄하는 양키덕에 컴플레인을 따라 하니 비용도 절약하고,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해보았기에 다음날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남미에서의 마지막 빨래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날 기분좋게 햇살에 몸도 말려-빨래도 말려-담배도 말려- 그리고 와라스의 마을 구경도 하구. 외진 곳으로 들어갈 수록 아이들이 재키찬을 연호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3천원에 기분좋게 식사도 하구- 바늘도 사고, 실도 사고, 바느질도 좀 더해서 마무리를 짓고, 다음날 가볼 69호수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다음날은 정말 일찍 일어났다. 새벽4시에 일어나 (나는 지쇽시계 사용법을 몰라 알람을 할 줄 몰랐기에...일찍 일어나야하면 일찍 자는 습관을 들였었다.)서둘러 콜렉티보를 타고 융게냐에 도착-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무슨 지점에 내려 같이 타고 있던 프랑스2인과 함께 호수를 올라갔다. 3시간정도 천천히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속도는 양키가 좀 빠를지 몰라도-지구력은 역시 황인종이 좋은 듯- 신나게 멀찍이 그들을 제치고 걸어갔다. 중간에 길을 잃어 뒤쳐지기도 했지만- 씨발놈들 안가르켜주고 그냥 올라갔었구나. 그래도 난 니들을 제쳤지롱. 음.
69호수-는 그냥 색깔만 보면서 멍하니 1시간을 보낸 듯하다. 먹을 걸 달라고 다가오는 황소만 없었어도 더 명상에 잠길 수 있었는데. 정말 파랬다. 파랗고 파아란 시워언하게 파아란 호수. 눈 감으면 그 파란색이 생각만 난다. 이미지까지 떠오르진 않구.
응 정말 좋았다..저녁엔 호스텔에서 만난 간지남-녀(엔리케와 사라였던듯)에게 스파게티와 와인을 얻어먹고 난 주운 마추픽추 책을 주었다. 기분좋게 짐도 덜고 먹을 것도 먹구:)
다음날 아침일찍 나는 버스를 타고 리마로 갔다. 다시 간다면 오랜 시간 있을만한 와라스-
남미의 알프스라던데.
날 앞질러가는 말-사람
호숫가에서. 비가 올것만 같다.
69호수를 보고나니 그닥이란 말이 나오는군.
비 쫄딱 맞고- 도착했던 마지막 독일철녀.
와라스. 살지 않아서 그런건가. 나는 이런 벽을 너무 좋아한다.
아 스페인어만 좀 했어도...새파란 것들이랑 좀 놀 수 있었을텐데...
사랑해-벽.
재키찬이라며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들. 수변공간이 안좋은가? 왜 빈민촌은 다들 수변공간에. 뭐 좀 낙후된 곳이지만-
아 완전 완전 내가 사랑하는 벽. 그리고 프레임도 맘에 드는 창문, 함석판 문.
패션리더.
요상한 군사시설같은데...왼쪽의 초소가 참 특이하게 생겼다.
저어기 공동으로 물을 사용하는 곳을 잘 찍고 싶었는데- 렌즈를 들이대진 못했다.
좋다. 가계 앞엔 할부지들 앉아서 맥주마시고.
69호수 가는 길- 앞에 있는 호수도 환상이다.
69호수...
우릴 지켜보신 토끼느님.
길막던 소새끼들...
푸르다-
너무 푸르다-
존나 푸르다-